
서울 · 흙에서 그림까지 · 2024 — 2025
서울의 흙이 된 SOL
한강 둑레터의 모래, 북한산 기슭의 석회암, 남산 자락의 적갈색 흙. 다섯 곳의 채집지에서 모은 자연물을 갈아 안료로 빚고, 그 안료로 한 점의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캔버스 위 첫 안료 · 1일차
작품 이야기
SOL, 한 점의 태양
SOL은 라틴어로 태양을 뜻합니다. 서울 곳곳의 흙을 모으고 갈아 만든 안료가 한 점의 원 위에 겹겹이 쌓이며, 흙이 빛이 되는 과정을 그림으로 옮긴 작업입니다.
SOL은 처음부터 그림이 아니라 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24년 봄, 한강 둑레터를 걷다 발밑의 모래가 유난히 따뜻한 색을 띠는 것을 보았고, 그 흙을 손수건에 싸서 가져왔습니다. 그것이 첫 안료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북한산 기슭의 회색 석회암, 남산 자락의 적갈색 흙, 서초동 뒷산의 점토, 그리고 마포 쪽 갯벌의 짙은 점토까지, 서울 다섯 곳의 흙을 직접 걸어 다니며 모았습니다. 상점에서 산 안료는 한 번도 쓰지 않았습니다.
채집한 흙은 물에 떠보고, 말리고, 막자에 갈고, 다시 체로 치는 과정을 네다섯 번씩 거칩니다. 그렇게 정제된 가루에 아교와 물을 섞어 처음으로 붓에 올리는 순간, 흙은 비로소 색이 됩니다.
SOL의 캔버스 위에는 그 열한 가지 안료가 겹쳐 그려집니다. 중심의 원은 남산 흙의 적갈색에서 시작해 한강 모래의 황갈색을 거쳐, 북한산 석회의 회백색으로 퍼져 나갑니다. 흙이 빛이 되는, 서울의 하루를 한 점에 담은 그림입니다.
채색 연대기
흙에서 그림까지, 여덟 단계
SOL이 완성되기까지 거친 여덟 단계의 기록입니다. 각 단계는 작업 노트와 함께 보관되어 있으며, 의뢰 작업에도 같은 과정을 적용합니다.
채집
서울 다섯 곳의 흙과 돌을 직접 걸어 다니며 모읍니다.
건조
채집한 자연물을 통풍 잘되는 곳에서 2주간 말립니다.
분쇄
막자에 갈아 거친 입자를 고운 가루로 만듭니다.
수세
물에 떠보아 불순물을 가라앉히고 고운 입자만 모읍니다.
체질
여러 체를 거쳐 입자 크기를 고르게 정제합니다.
안료화
아교와 물을 섞어 붓에 올릴 수 있는 안료로 빚습니다.
혼색
열한 가지 안료를 섞어가며 SOL의 중간 톤을 만듭니다.
채색
겹겹이 올리며 한 점의 원, SOL을 완성합니다.
가공 전후
흙에서 안료로
채집한 그대로의 흙과, 다섯 번의 정제를 거친 뒤의 안료를 나란히 놓았습니다.
첫 안료
서울의 첫 색 여덟 가지
SOL에 쓰인 안료 가운데 가장 먼저 만들어진 여덟 색입니다. 각 색에는 채집지와 입자 크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서울 지도
SOL의 채집지
지도 위의 표시를 누르면 해당 채집지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의뢰 안내
당신의 땅으로 그린 그림
의뢰인이 직접 고른 장소의 흙을 채집해 안료로 빚고, 그 안료로 그림을 완성하는 맞춤 의뢰를 받습니다.



"흙이 빛이 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SOL은 그 시간을 한 점에 모은 그림입니다."
— 작업 노트, 2025년 봄